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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하기도 잔잔하기도

단미채미 2020. 10. 2. 15:52

코로나를 겪으며 문득문득 든 생각. 그냥 가만히 있는데 교통사고를 겪은 기분이야. 나는 가만히 있는데 누가 그냥 뒤에서 전속력으로 나를 훅 하고 받아버린 느낌...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일인데, 그래서 더 충격이 큰 그런 일.




사실 나는 내 사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조직이 있고 소속된 회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직업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리고 마음적으로도... 중간중간 비행을 하긴 했지만 스케줄이 예전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비행 자체가 적은 것 뿐만 아니라 서비스하는 방법, 규정 매뉴얼 등등... 하다못해 출근해서 브리핑하는 방식까지도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변화에 적응하며 또 다른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선배들도 후배들도 동료들도 모두 처음 겪는 이런 일이라 내가 의지하거나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그냥 나 혼자 겪어내고 이겨내고 지나가는 시간의 힘을 믿어야 했을 뿐.



무기력함에 잦아들 무렵 가끔은 브이로그를 만들어보고,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요리하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한켠에서 이게 맞는걸까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걸까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데, 나는 지금 무력감에 젖어서 물먹은 솜 처럼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건 아닐까. 그 때 그 시간 내내 내 이런 짠함을 잔잔함으로 봐준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혼자 스스로 짠해하면 이건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라며 같이 바라봐주고, 너무 잔잔해서 평화롭다고 말하면 그 괜찮아함을 짠하게 봐주는 사람이 있었다.





진심이 느껴졌다. 그래서 좋았고 행복했다.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중에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드는 일인데, 그 친구의 시선으로 행복을 결정하는 듯한 말을 해서 속상해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나는 조잘조잘 다 털어놓았지만...) 이렇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음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가슴 벅찬 행복함만이 행복은 아니고 소소하고 잔잔하고 문득문득 느껴지는 그런 작은 마음도 행복인데... 행복함이라는 단어에 갇히고 싶지 않아하는 성격이고 나 행복하다고 말하면 행복이 사라질까 가끔은 두려워하고, 꼭 남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런 감정과 마음은 다 느껴진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그런 말을 듣고, 화남과 동시에 나는 행복감에 익숙해져 있었구나 라고 깨닫게 해 주어 고맙게 생각을 해야하는걸까.







암튼 평온하고 잔잔하고 꼭 크게 뭘 하지 않아도 행복한 그런 삶을 살고있다. 문득문득 느껴지는 마음 따뜻함으로 잘 웃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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