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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이런 밤

단미채미 2022. 7. 2. 12:13


네이버 블로그만 쓰다가 다시 오랜만에 티스토리로. 무언가 밤에 내 감정을 털어놓고 싶을 땐 이 공간을 찾게 되는 것 같다. 호텔 도착 후 밥을 먹으며 알고리즘에 뜬 영상을 하나 보는데 이번 비행 전 오빠가 준 책이랑 같은 말을 하는 것 같아서 옆에 가져와 두고 설정샷을 찍어봄. 이번 비행을 마치고 내가 한 생각과 연결되기도 하고..

나는 기버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과연 기버였을까? 싶은 비행이었다. 만만석. 터무니없이 부족한 내 역량. 평소의 무난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비행. 이 모든 환경 속에서 그래도 나는 기버가 되었나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그러지 못했다… 가 맞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호텔에 돌아온 후 허리부터 무릎, 손목까지 어디 하나 멀쩡한 곳이 없는데도 마음이 더 불편한 그런 스테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채워주겠지. 경험은 쌓일 거야 계속 반복하며 나에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왔는데…. 괜찮지 않은 비행이었다. 과연 언제쯤 나아질 수 있을까? 적응하고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그런 여유는 찾을 수 있기는 한 걸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나 혼자만 일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이 함께하는 비행이기에 내 몫을 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더 불편하고 괴로운 14시간을 보냈다. 나를 갉아먹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바른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기에 나를 더 혹사시키는 그런 밤.



 

 

한국에 도착했다. 근무도 끝났고 이제 7월을 시작한다. 아이패드 대신 노트북을 끼고, 같은 책과 커피를 더해서. 이런 낮을 보낸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고, 힘듦이 있으면 행복이 있다고. 다 아는 것들인데 어둠을 겪던 나는 왜 또 힘들어했을까. 긴 터널을 지나면 그만큼 밝은 날이 더 길게 올 거라고 알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고된 밤을 보냈다. 내가 더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그런 시간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말해보았다. 다 껴안고 있지 않고 조금은 내보여 보았다. 어려웠지만 하고나니 또 할 만했다. 내 성격상 자주 그러진 않겠지만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고마웠다. 이 마음을 다시 품고 나는 오늘의 낮을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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