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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일기

단미채미 2019. 11. 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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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치고 여유가 없을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돌이켜 봤을 때 뭐라도 남기고 반성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내가 성장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2. 한동안 괜찮다 싶었는데 일에 대해서 예민해지고 더 꼼꼼해 지려는 나 발견. 이런 태도가 순간은 괜찮을 지 몰라도 오랜 시간을 가게 되면 나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을거란 생각에 다시 부드러워지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는 중.



3.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런데이 하기가 어려워짐. 한국에서 말고 오히려 해외 나가서 더 자주하게 되는데 요 며칠은 체력적으로 힘이 들어서 잠만 잤다. 하루에 한 끼먹고 15시간 자고. 한국 와서도 밥 한끼먹고 16시간 잤다. 입맛도 없고 그냥 잠만 자고싶던 나날들을 보냄. 지금도 고등학교 친구가 생일 챙겨준다고 저녁먹자 해서 나가는데 어제 밤 8시에 자서 오늘 오후 3시에나 눈이 떠졌다. 아직도 헤롱대며 커피로 잠을 깨는 중.




4.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던 이유는, 하나는 팀의 분위기. 주니어인 내가 팀에서는 중간역할을 해야하고 내 연차에 비해서 많은 업무들이 주어지는데, 이게 참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데 아직 내 역량이 거기까지 되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내 장점을 지원해주시고 알아봐주시고 힘을 더해 주실 때 그 기대에 맞춰 내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든달까... 또 나를 괴롭히는 반복이 이어져서 육체적인 힘듦으로 인해 잠이 늘었다. 또다른 하나는 이번에 한국 돌아오면서. ...



글을 쓰려는데 참 많은 생각이 앞선다. 이 일을 어디까지 오픈해야 하고 어디서 부터 써야할까. 내가 이렇게 가벼이 글을 쓸 일이 아닌데 싶다가도 어디에라도 터놓아야 할 것 같아서 조심스레 글을 써 본다. 한국에 돌아오는 비행 14시간 중에서 딱 30분 레스트를 했다. 보통은 4시간씩 나오는 레스트인데, 심지어 이번 비행은 만석이 아니라 4시간이 넘는 시간이 나왔는데.... 비행한 뒤로 이런 큰 일을 겪어본 적이 처음이었다.




아픈 손님이 있었고 그 승객이 사망했다. 벙크에 닥터페이징 하는 방송이 두번이나 울렸고 그래서 잠에서 깨어 내려왔다. 의사와 간호사 승객이 있어 다행히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에 승객을 살리지 못했다. 나는 직접적으로 최초 발견 승무원도 아니었고 다른 일을 서포트 하느라 멀리서만 바라 봤지만 그 이미지가, 그 잔상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평소 깊게 잠이 들어 꿈을 잘 꾸지 않는 나이지만 새벽에 여러 번 깨면서 다양한 내용의 꿈을 꾸었다.





손님의 사망과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의 대처를 보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퇴근 후 데리러 오신 아빠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빠도 분노하고 속상해하고 사람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일도 겪었다.


나이가 들 수록 그래서 나와 닮은, 나와 같은 감성과 생각을 가진 그런 사람을 더 자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많아서 최대한 나와 결이 닮은 사람들만을 곁에 두고 싶다. 사회생활은 그게 안되지만 내 일상생활에서 만큼은 그런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욱 커졌다.







5.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더 우울한 글루미한 그런 감정이 든다. 그래도 신기하게도 몇개월 전의 나 보다는 안정되고 단단한 느낌이라서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당장 모레 아침 비행을 가야한다는게 아직 어색하고 실감이 안 나지만 오늘 밤 자고, 내일 또 자면 나는 그 어느 때 처럼 새벽에 출근길에 오르겠지. 남은 시간동안 마음을 잘 추스리고 나를 다독여야겠다.



+. 제일 친하던 고등학교 때의 친구랑 만나고 집에 돌아가는데, 친구가 예전에 비해 내가 많이 편해보이고 좋아졌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느끼는 달라짐, 그리고 가까운 친구가 말해주는 좋은 변화의 기운이 계속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확실히 지금 나는 예전보다 더 좋아지고 있고 더 성숙해지는중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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