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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내 그대를 생각함은

단미채미 2019. 8. 31. 17:26



​​​살면서 시 한편은 외우는 삶은 어떨까. 목소리가 맑고 예뻐서 성당에서 독서 봉사를 하시는 엄마는 어린 내게 이런 얘기를 해 주셨다. 집에서 항상 책을 읽으시고 가끔은 소리내어 시 낭송을 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 어느날 중학교 때인가 내가 즐거울 때나 슬플 때 노래처럼 흥얼거릴 수 있는 그런 시를 외워두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노래처럼 흥얼거리게 되는 시를 발견하기도 했고. 그래서 교과서에 나오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되뇌이고 되뇌었다. 지금까지도 아니 오늘도 이렇게 입 속으로 수십번 불러보고 있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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