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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동지여 본문
뉴욕에 왔다. 오는 길에 있었던 일들을 어디서부터 말해야할까. 비행 내내 혹시라도 레포트를 쓸까 계속 되뇌이고 A4 용지에 두장 빽빽하게 적어도 보고. 하도 많이 생각해서일까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내 마음도 상처받았고 게다가 지금 있는 뉴욕은 호텔부터가 우울하니까. 다만 이 비행을 꼭 기억해야겠다 싶어서 좋았던 점만을 쓰기로 해본다. 뭐든 기억하고 저장해 놔야 내 것이 되기에.
참 좋은 팀장님을 뵈었다. 우리 회사에서 비행을 하며 좋은 분을 많이 만나뵙게 되지만... 이번에 뵌 분은 그냥 우러러보게 되는 분. 그 분의 배경이라던지 지금까지 해오신 일들이라던지를 듣지 않았을 때도 대화하시는 것이나 애티튜드 자체가 완벽한 승무원인 느낌을 받았다.
사회생활을 하며 종종 고민하게 되는 점은 나는 윗사람에게도 아랫사람에게도 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인데 이 팀장님과는 단지 한 번 뿐인 비행이지만 아 저분은 저 두가지를 모두 다 잘하시는 완벽한 분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나도 저렇게 닮아갈 수 있을까란 궁금증이 들어서 팀장님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고 배우려 노력한 13시간의 비행이었다.
이륙 하자마자 부터 이레상황이 생기고 그것이 나와 직접적인 연관이 되고. 생전 처음 받아보는 막말과 폭언에 당황스럽고 혼미해졌다. 이 모든 것을 혼자 겪어내며 해결하려 애쓰던 중 브리핑 때 팀장님이 말씀하신게 떠올랐다. 그 든든한 말씀 덕분에 나는 쪼르르 팀장님께 달려갔고 정처없이 떠돌던 내 멘탈이.... 조금은 잡혔다.
비행기에서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며 본인이 성심성의껏 돕겠다는 말씀에 안도감을 느꼈고 괜찮을거라고. 우리 동지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구나 하는 말씀에 따뜻하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더 많지만 가끔 그러지 않은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일을 하다보면 상처받을 때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두려워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말씀 까지도.
팀원도 아닌 나에게 차분한 말투로 그 상황에 빙빙 돌며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를 꺼내올려 주셨고 제 정신을 차리고 내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힘들고 손님과의 응대가 불편하면 듀티를 바꿔주시겠다는 든든한 말까지...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반대로 정신을 차리게 됐다. 내 책임은 스스로 지고 싶어서. 그리고 어찌저찌 서비스를 마치고 레스트 시점에는 차 한잔 하자는 말씀을 하시며 최대한 날 불편하지 않게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내가 더 죄송스럽고 부끄러웠을지도.
무튼 본인은 그 상황에서 당황한 나를 보시고 본인도 당황하셨지만 이러이러한 내 보고가 좋았고 이런 점도 좋았다. 다만 이런 점을 고친다면 더 좋은 승무원이 될거라 생각한다며 얘기를 이어 나가셨다. 그 와중에 아 이건 이랬고요 그건 이랬고요 상황 설명을 해버린 나라니...... 지금 생각하면 처음 만나뵌 하늘같은 팀장님께 말대답 한 내가 됐는데 나도 마지막엔 이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 주신 것들 마음에 새기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승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라고 말했으니 마음의 짐을 덜어도 되겠지. 휴.
사실 대화가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대화를 더 연장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얘기를 하며 마음도 어느정도는 풀어지고 긴장도 풀리고 세컨서비스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다. 아마 그래서 아닐까. 팀장님이 날 배려하시려 얘기를 먼저 꺼내신게... 딱 두번 비행이지만 같이 비행해 본 팀장님은 왠지 그러실 것 같은 분이다.
인바운드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주눅 들어보이는 나 때문이었을까. 나는 마음이 따뜻한 승무원이라고... 같은 동료인 승무원들 뿐만 아니라 손님들께도 따뜻해서 사랑을 많이 받을거라고... 쭈구리가 된 피찌방 막내 승무원의 놀란 마음을 다독여주시려는 의도대로 나는 그 말씀을 들으며 마음의 응어리가 점점 풀려가는 듯 했다.
사실 아직 그 기억에 소름 끼치고 눈물이 찔끔 나오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생각한다. 세상에는 정말 좋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나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는 승무원이 되고싶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끼리만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 인바운드에서 처럼 말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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