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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가 되지 않는 법

단미채미 2019. 2. 2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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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꽃 사진과 어울리는 제목이 아니지만, 최근 느낀 감정을 정리해 놓고 싶은데... 마땅한 사진이 없네. 그래도 음 저 꽃을 만지는 일은 내가 굳어지지 않는 방법이니까... 내용과 사진과 꽤 맞는 일이겠지 라고 생각하며 올려봄. 평소엔 쓸 말보다는 사진첩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은 사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엔 회사 매뉴얼 정리, 투어나가서 잠깐씩 찍은 사진, 그 때의 기분과 감정을 찍어놓은 사진들이 턱없이 부족하다. 내 마음을 돌이켜서 찍기에는 뭔가 여유가 없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음 돌이켜 보면 그랬던 것 같다. 벅차고 지쳐서 내가 점점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라서 현실을 도피하고 싶기도 하고. 어딘가에 매어있는 느낌이 답답하기도 하고. 





그러던 중 다시 나를 되돌아 보게되는 일이 있었다. 내가 졸업한 모교에 새 동아리를 만든 적이 있다. 10년 전. 0910term의 창립멤버로 활동했는데... 벌써 10주년이 되었고, 우리 동아리는 모교에서는 가동아리로 승인 받았으며 지부에서는 꽤 좋은 성과를 낸다고 했다. 우리가 시작할 때 내가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한 지부 중에는 없어진 곳도 있고 다시 준비위원회의 길을 밟는 곳도 있고... 정말 강산이 바뀌는 그 세월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내 꿈을 쫓는다는 핑계로 후배들을 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사실 그 당시엔 나만 아는 더 이기적인 나였기 때문에) 졸업하고 동아리를 멀리했는데 귀여운 후배들은 10년만에 본 나를 반가이 맞아줬다. 



내가 과연 저 친구들에게 무슨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레스트도 없는 방콕 인바운드 비행이라 점싯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저 나이에는 경험도 생각의 시간도 부족해서... 선배가 말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기에 내 한마디 한마디가 그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고민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최대한 말하지 말자! ㅎㅎㅎ 사람마다 방향이 있고 생각이 있으니까, 성인이니까 알아서 잘 하리라 믿어주는게 제일 좋지 않을까 뭐 이런 거. 하지만 친구들의 얘기를 듣고 반짝반짝한 눈을 보다보니 나도 모르게 꼰대같이 말이 길어졌다..... (하...) 


친구들은 우선 진로, 직업, 사랑 뭐 이런 것들을 궁금해했는데 ㅎㅎ 사랑은 아직 나도 답을 구하지 못했으므로 패스. 진로와 직업에 있어서는 고민하지 말고 무엇이든 하라는 얘기를 했었다. 내가 예전에 생각이 더 많았을 때 선생님이 해주시던 이야기.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에 경험하고 행동을 하라고. 이렇게 앉아서 걱정하는건 아무의미가 없다고 무엇이든 해봐야 안다고. (여담이지만 그 얘기 듣고 제가 유튜버가 됐다면ㅋㅋㅋㅋㅋㅋㅋ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가끔 브이로그 보면서 생각함ㅋㅋㅋ 역시 선생님 말 듣고 저런걸 해야했어!!! 로또보다 나은 듯!!!)  돌이켜보면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산 적이 있어서 그 때로 돌아가기가 싫다고. 그런데 그 때의 경험과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줬고 이 직업을 갖게 해줬고, 이 회사에서 좋은 결과들을 갖게 해 주었다고. 살아감에 있어서 다양한 변수들을 만들어 놓으면 그게 나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당장은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고마운 것들이 꽤 있을거라고. 그러나 그 시기는 지금 여러분의 겪는 시간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뭐 이런 꼰대같은 말을 주저리 주저리 했던 것 같다. 


사실 말이 너무 길어지면 꼰대 ^_ㅠ 지금 나도 꼰대... (이렇게 길게 안 쓰려 했는데....) 그 친구들이 내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음 내가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느낀 점을 전달해 주었다. 그 친구들의 시간과 내 시간은 다르니까. 나는 힘들게 지나온 일들을 그 아이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게 내가 이 회사에서 다시 세운 진로의 방향과 맞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냥 나는 오지랖 넘치게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커서 얘기가 길어진 듯 하다. 




그러면서도 항상 놓지 않는 생각이 있다. 저들에게 좋은 무언가를 남겨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나는 절대 꼰대가 되지 말자. 꼰대라는 단어와 어감이 세서 강하게 들릴 수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내가 세월이 흐르며 겪은 일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준다는 의미로 그들을 힘들게 하지 말자 뭐 이런 말.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만의 선을 잘 지켜야 하는 것 같다. 정해놓은 것들을 잘 지키고 내가 더 반듯하게 앞장서서 가야 그들에게 바른 길을 알려줄 수 있다고. 대신 굳어지지 않고 나이가 들 수록 틀 안에 갇혀있지 않을 것이며 더 유연해 지자고. 고집부리지 말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그의 입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쉽지 않다. 사회에 찌들어가며 상처받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지켜야 하니까. 그러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또 지켜내야 하니까. 그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하기란 쉽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올곧은 생각을 마음에 지키고 행동하면 어느 정도는 지켜지는 듯 하다. 그 일을 위해 나는 이렇게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싶어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자주 일기를 쓰고, 다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꽃을 배운다. 이렇게 쓰고나니 문득 휑하다. 이런 점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아직 때가 오지 않은거라 생각해야지. 돌이켜보면 사실 꽤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고마워하니까. 그거면 됐어. 욕심내지 말아야지.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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