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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혹은 길라잡이

단미채미 2018. 7. 16. 09:47


손이 아파 한달 반을 쉬었다. 꽤 오래 쉬어서인지 오늘같이 아침 퀵턴(앞으로 며칠 더 남았지만^^^) 을 하러 가는 출근길이 어색하다. 이 시간에 버스가 이렇게 텅텅 비었나 싶기도 하고, 원래 이렇게 안개가 자욱했나. 앞이 하나도 안 보이네 차 가져올까 고민했는데 그랬으면 무서울 뻔 했다 싶기도 하구... 뭐 덕분에 나는 이렇게 오랜만에 출근길에 노래 듣고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며 감성에 젖어 이렇게 끄적이긴 하지만.







임시 저장에 넣어둔 글이 26개..... 마무리 지어야 할 것도 많고 새로 쓰기 시작한 글도 꽤 되는데 오늘 이 마음은 간단하게라도 남기고 싶어서. 이만큼만 썼는데도 벌써 손이 아프지만 목표는 짧게라도 다 써보기! 니까 한번 해 봐야겠다.






비행을 가기 전 우리는 브리핑이라는 것을 한다. 오늘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에 대해,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이야기하고 다시 말하면서 리마인드 시키고 좋은 의견을 나누고(라 쓰고 거의 비슷한 얘기만 하긴 함;;; 화상 주의, 콜버튼 미싱 주의, 밀스킵 주의....) 그 달의 중점 강조사항을 또 강조하고 음 또 뭐가 있지. 최근 회사의 혹은 타회사의 이슈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레옵하는 스케줄의 경우 현지 CIQ와 관련된 이야기도 하고 등등. 그게 끝나면 운항과 합동 브리핑을 한다. 오늘 비행시간 터뷸런스 예상시간 비정상시 혹은 정상시 이렇게 하겠다는 사전협의. 등등. 오늘도 당연히 나는 그 브리핑을 하겠지. 언제나 매 비행 2시간 전에 반복되는 일이지만 가끔 브리핑 가는게 설렐 때가 있다.







(동기 비행을 앞뒀을 때나)오늘 같이 내가 존경하는 사무장님과 비슷한 시간에 브리핑을 해서 잠깐이나마 얼굴을 뵐 수 있을 때! 오늘 출근 길에 내가 쓸 브리핑 룸 리스트를 보고, 비슷한 시간에 그 사무장님의 성함을 확인하고 정말정말 설렜다. 지금도 설레고 있다. 나는 보통 커피나 간식이나 평소 그 팀장님이 좋아하시고 즐겨드셨던 군것질거리들을 사서 책상위에 쪽지와 함께 올려놓는데 오늘도 그럴 수 있는 날이라서.






작년 가을, 작년의 새 팀이 된지 백일쯤 됐을까. 팀 생활이 너무너무 힘들어서... 회사생활을 하며 세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벅찬데 집안에 일도 생기고 회사 사람들과의 관계도 어려워져서 정말 다 놓아버리고 싶은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을 버텼을까 싶지만... 무튼 그 때 그 팀장님을 우연히 회사 식당에서 뵈었고 ‘잘 지내고 있니’ 라는 따뜻한 말씀에 엉엉 울어버렸다. 겪고있던 힘듦을 꾹꾹 참고 있었지만 누군가 알아주길 바랬어서 그랬나... 정말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셨고, 잘 지내냐는... 그 한마디 말을 하셨을 뿐인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팀장님은 당시 나의 새로운 팀장님께 따로 얘기할게 있다며 내 얘기를 해주셨고... 나를 잘 봐달라고. 1년 동안 지켜보니 좋은 애지만 아직 서툴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거라고. 그래도 마냥 나쁜 아이는 아니니 좋게 봐주시라 그런 얘기를 전하셨다고 들었다.





사무장님은 평소에도 항상 그러신 분이었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시고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이 맞았을 때나 혹은 틀렸을 때도 모두 다 지켜봐 주신 뒤에 나에게 이해가 되게 설명해 주시며 이해시켜 주셨다. 아주아주 큰 나무 같아서 그 그늘 아래에서 쉴 수 있는 그런 분이셨다. 집에서는 아빠에게 기댔다면 회사생활을 하면서 그 해만큼은 팀장님께 기댔었다. 덕분에 누구에게나 경계를 많이 하는 나는 어려울 수도 있는 팀의 팀장님께 많이 의지하며 1년이라는 시간을 꽤 행복하게 보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도 그 팀장님의 돌봐주심이 정말 큰 영향을 미쳤고...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행복했던.... 돌아가고 싶을 만큼 기억에 남는 팀 생활을 했다.





그 사무장님을 오랜만에 뵙게 된다. 비행을 잠깐 쉬셨다가 다시 복귀하셔서 체감상 진짜 2-3년은 지난 느낌! 이렇게 오랜만에 정말 잠깐이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눈인사를 하고 작은 마음이지만 챙겨드릴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오랜만에 팀장님을 뵈면 또 물어보시겠지. ‘잘 지내고 있니?’. 지금의 나는 작년보다 여러모로 다 상황이 나아져서 오늘은 울지 않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팀장님 저 진짜 잘 지내고 있어요. 2년 전 해주신 말씀들 너무 다 감사하고 마음 깊이 새기고 있어요. 앞으로 언제까지 회사 생활을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은 팀장님이 말씀해 주신 것들이 절 버티게 하는 큰 힘이 될거라 확신해요. 저도 남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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