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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는 법, 사과받는 법

단미채미 2018. 5. 22. 23:40


언니는 오늘 랜딩 하고, 이렇게 비 오는 날 우산을 사가며, 유니폼을 가리기 위해 그보다 더 튀는 새파란 내 가디건을 입고, 하이디라오에서 카드깡을, 자리를 옮겨 차가운 민트초코를 마시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는, 오늘 하루의 마무리도 역시나 언니 덕에 행복했다. 안 행복했는데 행복하게 마무리 지어졌다. 아 진짜 참 고맙고 예쁜 언니. 항상 내가 부르는 별명, 천사언니. 팀 바뀌면 어떡하지 난 벌써부터 심심한데. ^_ㅠ.






언니 얘기는 오늘 하루를 보내며 엄청 깔깔대고 웃게 해 준 기억이라 이렇게 남겨보고, 언니랑 대화를 하며 여러 번 나온 얘기인 사과하는 법, 사과를 받는 법에 대해 말해봐야지. 본의 아니게 요 며칠 사람들에게 사과를 받게 되는 일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상처는 차치하고서라도 한 사람의 사과는 진정성이 담겼기에 그 끝은 생각보다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고, 또 다른 사람의 사과는 뭐랄까...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안 하느니만도 못한 한마디가 되었다. 예전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넌 사과하는 방법을 하나도 모른다는 말에 발끈했는데, 이 상황을 겪다 보니 역지사지의 마음이랄까, 난 진짜로 사과하는 방법에 무지했구나(사과를 받는 방법에도 서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다시 되돌릴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내 스스로 없애버린 아쉬움이 컸다. 결정은 상대방의 몫이지만 그래도 긍정의 가능성은 더 컸던 거잖아 싶은 마음에 속상해졌고. 비가 와서 더 울적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가려보려 난 글을 쓰고 있고. 또 과거를 뒤적이는 내가 못나보여서 이렇게 답답해하고 있고.






진짜 사과는 우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잘못한 행동을 한 나도 내가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상대방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 상황을 놓고 보면 나는 가해자, 상대방은 피해자니까. 그다음엔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안하다는 사과, 변명이 아닌 상황을 설명, 마지막으로는 그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계산하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패를 내보이는 용기. 대충 내가 만족한 사과를 뜯어보면 이런 구조로 되어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보면 내가 과거에 했던 사과는 최악이었고 오히려 상대를 더 힘들게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는 사실이 더 최악이지만)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도 필요한 게 있는데 용서해주기로 마음먹었다면 진짜로 그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태도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용서한 척 받아들이면 그게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곪아 터져버렸던 것 같아서. 애초에 용서가 안 되는 잘못이라면 사과 자체를 안 받는 게 나을 수도. 그래서 어제와 오늘의 내가 그랬던지도.





음 따져보면 나는 사과하는 것보다는 사과받는 것에 더 익숙하고 실제로 사과를 해 본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비행기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죄송하단 말을 달고 사면서 왜 내 삶에서는 사과 하나 제대로 못할까?) 실제로 사과할 일을 안 만들었을 수도 있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을 수도 있고. 어찌 됐던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고 용서를 구한다는 일 자체를 불편해하는 나라서 그 관계를 끝까지 지속시킬지의 여부에 따라 회피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게 지금 와서야 여러 일을 겪으며 크게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고. 에휴.









하. 아픈 손으로 이렇게 고민하며 글을 쓰는 게 너무 버겁지만 그래도 비 오는 오늘이 아니면 다시 마무리를 짓기가 어려울 것 같아 이렇게 끙끙대며 대충 반성문을 쓰는 중(?). 더 풀어서 쓰고 싶은데 이제 이 블로그는 나만의 일기장이 아닌 느낌이라 마음속에 꼭꼭 적어 놓는다. 그나저나 손 너무 아프네. 며칠 전 비행기에서 다쳐서 (생각해보니 이년 전에 황당하게 당한 사고랑 같은 손 ㅠㅠ 같은 부분 ㅠㅠ) 월말까지 쉬게 됐는데 진단서 상은 4주... 수술하게 되면 6주 그 이상... 관리 잘 해서 2주 안에 회복하고 싶은데 삼일 내내 병원에 가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휴. 이 손에 이렇게 글 쓰는 것도 무리가 되니 이제 머리도 손도 마음도 쉬어야지. 무튼 오늘은 반성하는 하루였고 제대로 된 사과를, 용서를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본 하루였다. 물론 내가 잘못한 상황이 생기면 난 오늘 배운 것처럼 예쁘고 바르게 사과를 할 거지만 그래도 나는 사과하는 게 참 싫어... 그전에 잘못을 하지 않으려 노력할 거야. 어렵지만 그렇게 해 볼 거야. 이렇게 또 청개구리같은 짓을 하고 있는 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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