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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미챙님 2019. 10. 30. 22:10



뭐 하나에 집중하면 그거에 꽂히는 성격. 어렸을 땐 그 힒듬과 벅참을 티냈던지 주변에서 먼저 그 무게를 줄여주곤 했는데... 예전엔 그게 자존심 상하고 싫었다. 마치 내가 내 할일을 못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 그릇의 크기가 작더라도 큰 일을 하나 씩 담다보면 그릇도 커질거고, 나는 아직 성장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경험을 통해 더 발전할 기회를 얻는다 생각했으니까.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난 좋은 사람들을 곁에 뒀던 것 같다. 얻는 법이 아닌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제대로 성장하는 것인데 나는 마냥 내가 움켜쥐려고만 했던 것 같기에... 내가 가진다고 마냥 다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 친구들을 통해 적당히 타협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같이 도와서 사는 방법을 알았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샜네. 암튼 그런 다 책임지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이고 모여서 커 갈수록 내 힘듦을 티내지 않는 방법을 배워갔다. 벅차고 어려울 지라도 그럴 땐 한 템포 쉬어가며 내가 손에 잡은 걸 끝까지 끌고 가려고 노력했고, 그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달콤한 끝을 생각하며 버티는 방법을 익혔다. 다시 말하자면 그걸 즐기는 습관을 만들어 나갔던 것 같다.








이렇게 긴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즘 내가 즐기는 그 과정에 있는 것 같아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보내지만 그 와중에 나름(?) 정신머리를 잘 챙기고 있는 것 같아서 칭찬해 주려고.




사실 내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힘들지만 버티고 이겨내려 노력하고 극복하면 날 칭찬해주고, 잘 되지 않은 경우에도 힘내라고 북돋아주고. 그러면서 또 다른 기회를 찾고. 그냥 묵묵하게 끈기있게 계속 하는 것. 하지만 이번 일은 그 많은 일 중에서도 음... 정말정말 잘 해내고 싶은 일이라서 마음이 좀 다르긴 하다.



*


나트랑에서 밤 새고 돌아와 두시간 자고 다시 그 일에 몰두하고. 또 다른 일을 마무리했고. 쓰러지듯 자고 일어나 또 다시 나와서 움직이고 있는 중인데 예전같으면 예민하고 짜증대마왕이 됐을텐데 지금은 그냥저냥 아무 느낌이 없다. 그냥 내가 할 일에 대해 기계적으로 생각만 할 뿐. 잠깐 짬낸 휴식에 날 위로할 노래를 듣고 마음의 긴장을 푸는데에만 집중 할 뿐. (쪼오오금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당시 나로서는 최선이었기에 넘어갈 수 있음!)




게다가 이 글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어제 달라진 나 스스로에게 놀라버린 일.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의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은데... 힘들고 지친 와중에도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이끌어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막 억지로 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그러고 싶어서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이게 넘나 신기한 일! 항상 일 하면서 나보다 아랫 사람들 혹은 동료들과 편안하게 지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고심하는데 저 날은 정말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났다.




그랬더니 결과물이 꽤 마음에 들었다. 상대와 편안함을 만들어 가다보니 나도 편해졌고 결론적으로 모두 다 즐겁게 일 할 수 있었다. 새롭지만 어색하고 보람찼던 경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이 긴장하던 느낌이 사라졌다. 조마조마하고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미간에 인상을 찌푸리고 한숨을 쉬게되는 그런 답답한 마음이 아니라 내 마음의 근육이 이완된 그런 느낌. 이게 더 오래 갔으면 하지만 짧으면 뭐 할 수 없지. 암튼 오랜만에 불편하지 않은 나라서 고마웠고 감사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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