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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단미챙님 2017. 7. 4. 19:40



괌에 올 때마다 참 다양한 이레가 생기는 듯 하다. 첫 괌에서는 비행한 지 일주일만에 사직서를 가슴에 품게 되는 그런 일이 있었고. 그 다음에도 괌에서 또 포스팅을 할 만큼 기억에 남는 곳이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정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무더기로 생겨버렸다.





무지막지하게 혼나서 이 회사를 그만 둬야겠다고 마음 먹은 첫 괌 비행이 지나고 바로 샌프란시스코에 갔었다. 팀도 없었던 그 때, DP 사무장님의 성함을 아직도 또렷히 기억 할 정도로 너무나도 멋있으신 분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엊그제 다녀온 괌 비행에 YY 사무장님으로 함께 하셨다. 브리핑 룸에서부터 눈 인사를 하고, 보딩 전 준비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조금은 서먹하지만 반가움이 더 큰 마음이었다. 스페셜밀이 80개 가까이 되는(그 중 차일드밀이 70개.. 심지어 어린이 헤드폰까지 나가야 하는 괌이라니! 와우) 그 힘든 비행에서도 나는 그 사무장님 덕분에 잠깐잠깐 웃을 수 있었다.




사실 울 뻔 했다. 내 기억 속의 사무장님은 더 크고 힘도 세고.. 더 호탕하셨는데 조금은 작아지신 것 같아서. 그냥 그 상황이 그 환경이 너무나도 싫어졌다. 누가 보면 팀이라도 했었던 것 처럼 비행 내내 서로를 다독이고 위해주는 괌 비행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더 쓰렸다.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또 언제 이 사무장님을 뵐 수 있을까. 왜 지금 이런걸까.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먹먹해지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나도 답답한데 사무장님은 얼마나 그러실까... 뭐 내가 그분이 아니니 정확한 마음은 알 수 없으나, 같이 점프싯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 느낀 감정을 되새겨보면 지금도 울컥한다. 그 때가 막 심한 터뷸런스를 겪고 난 이후라 그랬던걸까... 뒷갤리에서 크게 다친 후 겨우 안정을 찾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간이 좀 남아서 사무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예전에 같이 팀 하자는 얘기를 내가 꺼냈을 때의 그 공허함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은 할 수 없으니까... 아니라고 앞으로 그렇게 될거라고 말씀 드렸는데 사무장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우리가 대화할 시간이 모두 끝나버렸다. 이 글을 쓰면서도 감정이 벅차올라서 글이 뒤죽박죽이지만 볼펜, 쿠키, 앙뜨레, 그 눈빛 하나하나가 다 확실하게 기억난다. 잊기가 어렵다.






나랑 지니는 서로에게 종종 인터넷에서 보고 괜찮은, 우리에게 필요한 글들을 보내곤 한다. 가장 최근에 같이 봤던 글은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 마음이 과거에 있으면 후회하고 미래에 있으면 불안해한다.' 이거였다. 이 비행을 마치고 문득 이 글귀를 보냈던 게 생각났다. 그 사무장님을 비롯해 과거의 좋은 추억들을 자꾸 마음에 담아두면 안되는걸까. 돌아가지 못하는 과거에 자꾸 마음을 가지고 가면 나만 힘든걸까. 아무리 마음이 현재에 있어야 행복하다지만,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지도 못하는건 너무 슬픈데... 아니면 현재의 내가 행복하지 않기에 과거에 집착하는건 아닐까.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었다.




이 포스팅은 쓰다가 지우다 쓰다가 지우다... 지금은 첫 새 팀과 몰디브 비행을 와서 한숨 자다가 일어나 끄적끄적 쓴건데... 그냥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그나저나 임시 저장에 이렇게 쓰다 만 글들이 꽤 된다. 언제나 다 쓸 수 있을까. 마음이 일렁거릴 때 쓰다보니 이렇게 펼쳐놓게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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