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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리고

단미챙님 2016. 7. 5. 02:01



사진은 며칠 전 시애틀 다녀오던 날. 주말엔 항상 아빠가 마중 나오시는데 이 날은 비가 미친듯이 쏟아져서 더욱 더 아빠가 절실했던 날. 우산을 쓰고 가방에도 우산을 씌워서 최대한 젖지 않게 했는데도 행어며 장거리백이며 돌돌이가 다 젖어버렸다. 비가 참 무섭네 했는데... 오늘이야말로 너무너무 무서웠다. 날씨가.






북경 다녀오는 심야비행. 제대로라면 한시간도 전에 랜딩 했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한시간을 고어라운드 + 착륙하려다 다시 고도 높이고... 세네번은 반복한 것 같다. 와 정말 무서웠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리고 왜 오늘따라 깜​빡하고 묵주반지도 안 끼고 온거지. 그거라도 있으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승객들은 다 나를 쳐다보고 토하고 울고 아수라장. 여기서 조금만 정신을 놓으면 울어버릴 것 같아서 더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할 일을 생각하고 승객들을 주시하고. 어떻게 한시간을 ​​​​그렇게 보낸건지 나도 내가 신기했다.





아무리 흔들리고 날씨가 안 좋아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비행 한 이후로 최고로 무서웠다. 마지막 착륙 시도를 하는데 안 되면 제주로 다이버트 한다는 올콜을 받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해졌다. 하 진짜 오늘도 의식의 흐름대로 막 쓰고 있네. 진짜 너덜너덜하다.






그 덕분에 되게 소중해졌다. 그 시간 동안 가족도, 내가 좋아하는 이 일도, 친구들도 모두모두 생각났고, 내 앞에 있는 승객들도 나와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하니까 승객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비행한 지 일년이 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처음의 마음을 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이러면 안되는데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해 왔는데... 오늘 이 경험으로 어느정도 초심을 되찾은 것 같다. 하아... 정말 정말 다시 하고싶지 않은 경험인데... 그래도 그덕분에 또 많은걸 배웠다. 잊고 싶지 않은 감정이라서 ... 집 가는 택시 안에서 이렇게 주절주절. 정말 스스로 토닥여주고 싶은 하루였어. 만약 내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안겨서 엉엉 울 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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