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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These days,

단미챙님 2018. 3. 15.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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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즘 내 근황이 쓰고파서 이 야밤에 끄적끄적. 비행기에 승객을 반도 안 채우고 왔더니 승무원도 적어서 혼자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해야했다. 막상 더 편하고 쉬울 줄 알았는데 몸을 너어무 움직이고 써서 아직까지도 여기저기 쑤시니까. 잠도 안 오고 모스크바는 추워서 또 기침을 콜록콜록 하니까. 뭐 써야할 이유는 많지. 쓰지 말아야 할 이유도 많지만 중요한건 내가 하고 싶으니까. 내 마음이 그러니까.






모스크바 오기 전, 대학 때 친하던 친구를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시험 준비를 꽤 오래 했던 친구였는데, 그래서 두세번 연락할 일을 한번으로 줄이고 그 것도 고민하고 망설이다가 연락하게 되는 친구였다.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는 이제 수험생도 아닌 직장인도 아닌 한 회사의 대표였다.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거기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고 그 와중에 집에는 또 안좋은 일이 생기고.... 나랑 비슷한 듯 닮아있는 그 모습에 서로 얘기를 끊임없이 하다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여전히 유쾌하고 흥이 많은 친구라 슬프고 아픈 얘기도 덤덤하게 꺼내놓는 그런 친구. 덕분에 나도 힘든 얘기들을 털어 놓으며 이야기하게 됐던 것 같다. 완전 다 말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공감되는 부분을 말하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친구네 이자식. 센스있게 맛있는 밥도 사주고 커피도 맛있는 걸로 사주고. 내가 들고간 화분에 스튜핏이란 이름도 지어주고. 스물 아홉과 서른을 넘기며 내가 했던 고민을 자기 여자친구도 똑같이 했다길래 진짜 폭풍공감이라고. 어디에 미친 사람처럼 나도 그렇게 결혼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아니라고 뭐 이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진짜 사람 사는거 다 똑같구나 나만 그런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도 했다.







그러고 혼자 전시회를 보러갔다. 사실 원래 보고싶던건 ‘그대 나의 뮤즈’ 였는데 바로 전전날인가 마지막 전시 ㅠㅠㅠ. 아쉬운 마음에 이것 저것 찾다가 친구 사무실 근처이기도 하구 시간도 때우고 혼자 놀 겸 전시회를 보고 왔다. 막 어어어엄청 좋아! 이건 아닌데 볼만했고 우선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저렇게 셀카를........ 여러 장... 살이 조오금 빠진게 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구 좋아하는 원피스를 입어서 기분이 더 좋았다. 블로그엔 내 사진을 잘 안 올리려 하지만 오늘은 올리고 싶어서 자그마하게 올려봄. 참 저 원피스 사실 봄 옷인데 속에 니트를 겹쳐 입었더니 많이 춥지도 않고 괜찮았다.







요즘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 무난 한 듯 그냥 이렇게저렇게 살아지는대로. 조금은 허한 느낌도 들지만 잘 적응하려 노력하고 내가 잃은 것 보다는 가진게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문득문득 겨울을 느끼지만 그래도 다가 올 봄을 기대하며. 아 얼마 전엔 회사에서 좋은 소식도 있었다. 인턴에서 정직원 넘어오면서 언젠가는 꼭 따야지 하고 생각했던 자격인데 이번 달에 생각보다 쉽게(?) 얻었다. 아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 오랜 시간을 차근차근 꾸준히 준비하긴 했구나. 최근 들어서 그 시험에 소원해져서 될대로 되란 식으로 마음을 다 내려놓고 테스트를 보니까 오히려 반대로 쉽게 얻어져서 그렇게 느끼나보다. 투자한 시간이 많긴 했지... 암튼 해야할 일을 하나 했더니 마음이 나아졌다.






어 그러고보니까 얼마 전에 본 글이 생각난다. 기회는 가장 힘들 때 찾아오는 거라고.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어질 때 하나씩 툭 툭 하고 던져진다고. 나는 생각해보면 참 급한 성격이고 무엇이든지 빨리 얻고 싶어하며 만족할만한 결과를 누구보다 먼저 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다고 생각하니까(주변에서도 그렇게 봐 주니까). 하지만 너무 슬프게도 내가 바라는 성과는 내가 아무리 큰 마음으로 원하고 바란다고 해서 딱 바라고 바라는 그 시점에 얻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다만 계속 그 끈을 놓지 않고 힘들고 고된, 거친 과정을 겪고 난 후에야 툭 하고 얻었던 것 같다. 다시 말해보면 음 들이는 노력과 마음의 크기 보다는 빈도와 시간의 영향이 더 크달까. 암튼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서른이 넘은 지금은 예전 보다는 덜 급하고 덜 욕심을 부리게 됐는데... 오랜만에 다시 천천히 꾸준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자세의 필요성을 느꼈다.










​​밖에는 눈이 펑펑 온다. 여기는 지금 모스크바. 운동 가기 전에 침대에 누워 이렇게 끄적이며 올해 지금까지 썼던 일기장을 펴서 돌아보는데 약 100일... 2018년이 되고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구나.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일기장에 쓰여진 감정의 굴곡을 보며, 창밖의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감성적인 내가 됐다. 오늘 호텔 조식을 먹으며 내친구 지니와 했던 얘기 중에 이런게 있었다.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나은 나라서 지금의 행복이 있는거라고’ 예전의 나였다면 갖지 못했고 느끼지 못했을 것들인데 다양한 일을 겪으며 배우고 익힌 것들로 과거에 비해 완성된 나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닐까 하는 이런 얘기들. 어찌됐든 요즘의 나는 이런 소소한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중인 것 같다. 잔잔하고 잔잔하게. 운동 다녀와야지. These days 노래 들으며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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