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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가까운 곳에, 카트만두

단미채미 2017. 12. 22. 21:23




카트만두 4박 5일 스케쥴. 이제 하루가 지났다. 짧지만 긴 하루라... 샤워하고 (와이파이가 잘 안되는) 이 호텔방에 누웠는데, 오늘을 돌이켜 보니까 그냥 이런저런 생각들이 막 지나간다. 그래서 딱 뭐라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차근차근 말해보자면, 오늘은 히말라야를 멀리서 볼 수 있는 둘리켈에 갔다가 화장터에 다녀왔다.




지금 네팔은 건기라서 비가 안온지 꽤 됐다. 그래서인지 둘리켈에서 히말라야를 아주 약간 조금만 볼 수 있어 아쉬웠다. 비가 온 뒤엔 더 잘보인다고 하던데... 암튼 저기 사진에 나무들 사이로 (착한사람만 보이는) 얼핏 만년설이 가득한 히말라야가 보인다. 실제 눈으로 보면 더 잘 보이는데 사진으로는 더 안보이네 아쉽다.


그리고 나서 또 다시 두시간 정도 달려서 화장터로. 책에서만 보던 혹은 ebs에서나 보던 그런 장면이었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느낌이었다. 남의 죽음을, 화장하는 모습을 10불씩 내고 본다는 것이 과연 맞는걸까 해도 되는걸까 싶었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못 볼 것 같았고, 팀끼리 다 같이 나간거라 어찌저찌 화장터에 도착하게 됐다.


그 때 딱 마침 새로운 화장식(?) 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처음에는 돌아가신 분을 물가 근처로 눕혀서 가족들이 얼굴, 다리에 물을 뿌리며 씻어준다. 그 다음에 미리 나무를 쌓아놓은 곳으로 시신을 옮기고 세번 정도 그 나무 주위를 돈 다음에 사원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두고 눕힌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세번 정도 시신 주위를 돌고나서 불을 붙이기 시작하는데 신기했던건 입 안에 먼저 붙인다는 거였다. 참, 이 모든걸 설명해 준 가이드 ‘김철수’ 씨가 계신데... 네팔 분이셨고 정말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왔고 그 이야기에 감동받은 분. 이 얘기는 나중에 해야지 암튼 그 분이 다 얘기해주셨다. 입 안에 먼저 불을 붙이는 이유는 사람의 몸 중에서 제일 연약한 부분이 입 안쪽이라서 혹시라도 살아있는 경우 먼저 알아채기 위해서라고. 그 다음에 꽃, 빨간 천 등을 덮고, 물에 적신 볏짚을 올려놓는데 그 이유는 볏짚이 타면서 연기가 많이 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물에 적시면 그 연기가 밖으로 잘 나오지 않고 불이 빨리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나무장작을 태워서 화장하는건 한국 돈으로 15만원 정도에 시간은 3시간. 요즘은 전기로 화장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시간이 적게 걸리고 더 저렴하다고 한다. 그리고 재가 되어 다 탄 시신은 그냥 강물에 떠내려 보내는데... 그 장면을 보고 있는데 마음이 뭔가 이상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냥 그런거. 직접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들... 거창하게 삶과 죽음 이런게 아니라 사람이 살고 죽는 이야기. 이렇게 말하면 조금이라도 표현 될까.




가이드 철수아저씨 얘기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저씨는 19살 나이에 한국에 일 하러 들어가 35살이 될 때 까지 한 낚시터에서만 일했다고 했다. 91년도인가 93년도에 그렇게 매일 일하고 30만원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왜 그 얘기를 듣는데 그렇게 화가 나는건지. 어느정도 일하고 자기는 이제 네팔에 돌아가고 싶다고 하니, 너는 내 양자라고... 양아들이라고 양아버지가 자기를 안 보내줘서 서른 다섯이 넘어서야 겨우 올 수 있었고 일반적으로 25살에 결혼하는 네팔에서 중매를 통해 느즈막히 결혼을 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기 전 다시 한국으로 와달라고 하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아들 둘도 낳고 비자 문제 때문에 이제는 네팔에서 여행사를 한다고 말하는 아저씨. 자기는 그래서 한국이 좋다고 했다. 이렇게 돈도 벌고 한국어도 까먹지 않고 일할 수 있고... 한국에서는 명절 주말 다 낚시터에서 일만 해서 여행을 하나도 못 다녔는데 자기는 원래 사진찍고 구경하고 여행하는걸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가이드를 하면 네팔에서 못 보낸 시절동안 못 가본 곳을 한국 사람들이랑 다닐 수 있으니 행복하지 않냐고. 그 말이 참 기억에 남는다.








행복. 행복하고 싶다. 행복하지 않아.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 뉴스 기사로 접한 소식을 듣고 나도 행복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게 됐다. 내 또래라서... 나도 고민하던 문제들이라서 그 소식에 더 마음이 아팠고 허망했다. 한국에서부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온 카트만두에서 사람이 살고 죽는 걸 눈앞에서 보고, 저렇게 행복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는 네팔의 아저씨를 보니 행복을 고민하는 내가 그냥 부끄러워졌다. 행복은 고민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체에 대해 집착하거나 그걸 가지려고 애쓰려 할 수록 멀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어쩌면 내 가장 가까운 곳에 행복함을 놔두고 저 멀리 떠나가는 행복을 또 하나 잡으려고 이미 갖고있는 행복을 포기하는게 아닐까. 아, 생각이 또 깊어졌다. 더 깊어지기 전에 잠에 들어야 겠다. 암튼 오늘은 여러모로 네팔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스테이가 괜찮다. 이런 날도 있어야지. 와이파이가 안 되니까 이렇게 포스팅도 길게 하고 가져온 책도 벌써 두권이나 읽고 좋았다. 행복하다. 행복하구나. 나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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