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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루어 질, 프라하

단미채미 2017. 12. 13.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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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올리는 프라하의 사진. 인바는 엑트라서 마음 편하게 지금 샐러드에 바나나에 체리에 이것 저것 먹어가며 어제 찍은 사진들을 보고 올리고 이러고 있다.






생각보다는 덜 추웠고, 한국 보다도 덜 추웠기에 돌아다니면서 겨울을 즐기기엔 딱 좋았다. 대학생 때 아빠 몰래 아빠카드로 프라하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가 걸려서... (혼자 가는 첫 여행을 프라하로 정한 나도 참...) 결국엔 그나마 짧고 안전한(?) 싱가포르에 갔고 가족끼리는 그냥 홍콩에 다녀왔었는데, 그 때 왔으면 참 좋았었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차가우면서 따뜻하고, 아늑하면서도 낭만적이었다. 연말이라 그런가 아님 프라하라 그런가 나이를 불문하고 사이 좋은 연인들이 많이 보여서 더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구... 암튼 그래서 좋았다.




저 500년 된 족발집에서 먹은 흑맥주랑 돼지고기랑 다 맛있었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먹은 따뜻한 허니와인은 하트 백만개!!!! 엄지 천만개!!!!!! 픽업을 앞둔 지금 또 마시고 싶을 정도로... 진짜 취향저격. 미쳤어 저건 정말 ㅠㅠㅠ 뱅쇼랑은 아예 다른 맛이고 기회가 된다면 직접 만들어서 꼭 먹어보고 싶은, 친구랑 나눠먹고 싶은 맛있는 맛! 추위에 얼었던 몸이 따뜻해지면서 달달하고 와인 향이 나고... 홀짝홀짝 마시게 되면 기분까지 좋아지는 그런 허니와인! 정말 최고였다 진짜로...




목도리에 히트택에 핫팩에 온갖 무장을 했지만 계속 걸어다니니까 꽤 추워져서 하벨 시장에서 토끼털이 달린 모자를 샀다. 인스타에 동영상을 올렸는데 다들 모스크바가 생각 난다고 한...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같은 그런 모자. 하나쯤 겨울 모자를 사려고 했었고 가격도 950코루나 정도라서 가격도 괜찮았다. 심지어 모자를 쓰니까 진짜 놀랄 정도로 따뜻해짐... 여기 사람들이 다 사냥꾼 같은 모자 쓰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 마뉴팍투라에서 이것저것 목욕용품을 사기도 했다. 샴푸랑 치약이 똑 떨어져서 그냥 어메니티 있는 걸 쓸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서 겸사겸사 사봄. 바디제품을 좋아해서 무슨 와인 바디오일이랑 씨벅톤허니 샤워젤도 같이 삼! 아 얼굴에 바르는 페이스 오일도 같이 샀는데 그건ㅋㅋㅋ 한국어로 된 설명서에 ‘얼굴 전용 불노장생 묘약으로 귀한 천연오일... 어쩌구’ 라고 써진걸 보고 빵 터져서 구입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전용 불노장생 묘약........ 올해 서른살을 마무리하며 늙지 말아야지 하고 샀는데 이거 진짜 물건이다 짱짱. 플라시보 효과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흡수 빠르고 가볍고 에센스 느낌의 오일이라 부담이 없음! 체코가서 마뉴팍투라 가면 맥주샴푸만 다들 사는데(물론 나도 삼^^) 진정한 베스트는 이 페이스 오일이라고 생각! 아! 맥주샴푸도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향이 좋았고 얘는 설명서에 ‘모발 성장을 촉진시키며...’ 라고 써 있었으니까 머리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랐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써봐야지. (딴소린데 단발 마음에 들었지만 어중간한 지금 머리가 ㅠㅠㅠ 너무 싫어서 붙임 머리를 하려고 알아보는 중 ㅠㅠㅠㅠㅠㅠ 아예 단발로 하던지 길게 붙이던지 해야지 지금은 애매한 거지존...)





여러모로 위로가 되는 스테이였다. 불안정하고 위태로울 수 있는 지금 편안하게 쉬고 놀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마음껏 운동도 하고 잠도 자고 구경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소소한 행복, 즐거움에 대해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억지로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맡기게 되는 그런 하루였다. 5년 아니 6년 전인가... 너무나도 오고 싶던 그 프라하에 내가 승무원으로 오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는데... 나는 지금 이렇게 프라하에 와 있다. 바라면 언젠가는 되는구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루어 질 일은 언젠가 이루어 지는구나. 또 다시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면서 강가를 걸었던 기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마음을 조금 더 가져가야지. 더 안정이 될 때까지 자꾸 곱씹으면서 몸에 익혀야지. 여러모로 좋은 기억을 채워준 프라하였다. 다음에 또 오고싶다! 언젠가는 또 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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