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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발 포기하기를!

단미채미 2017. 8. 1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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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있는 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읽자마자 피식 하고 웃기도 했고...




잠이 안 와서 예전 블로그 포스팅을 읽다보면 언제부터지 작년 가을? 쯤 부터 엄청나게 우울한 얘기만 썼던 것 같다. 나를 또 반성하고 채찍질하다가 너무 힘들다 지친다 그래도 이겨내보자 힘을 내 보자고 다짐도 해 봤지만 또다시 이해가 안 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뭐 이런 반복의 연속.



그 시기가 있기 전 포스팅들을 보면 밝고 통통튀고 말하긴 어렵지만 음 그냥 그 맑은 밝은 그 분위기가 가득 차 있어서 나도 예전 글을 읽으며 왜 내가 이렇게 변한거지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또 지겨운 셀프반성... 최근에 읽은 책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그 동안 힘들어하고 고민한 부분에 대해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이제 좀 선명해졌다. 그러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산뜻해졌고 즐거워졌다. 이 느낌과 그 기분을 계속 갖고 싶어서 바르셀로나 가는 엑스트라 비상구 좌석에 앉아서 잠도 안자고 이렇게 메모장에 끄적끄적.





블로그를 한 지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가끔 본다는 친구들이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종종 스치는 인연을 맺어왔는데 그동안 내가 쓴 글에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이 이 포스팅을 또 읽고 있다면 정말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읽기에 부담 되지 않아서 까페나 지하철, 아니면 자기 전 침대에서 후루룩하고 읽히는 그런 책. 나는 개인적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는게 아까울 정도로 재밌었고(중학생 때 해리포터 읽던, 고등학생 때 아르센 뤼팽 전집 읽던 그런 느낌!) 웃기도 울컥하기도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나같이 생각이 많은 사람은 우울해하다가 사소한 거에도 쉽게 다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게 이 책인 것 같고 그래서 갑자기 힘을 얻은 것 같이 몸이 가볍다. 축축한 물 속에서 빠져나온 느낌. 산뜻하고 상큼하고 상쾌하고 뭐 이런 수식어를 다 갖다 붙이고 싶은 그런 마음. 아, 의지가 생기는 그런 느낌 인 것 같다. 뭘 해도 될 거라는 진짜 마음이 나타나고 그 힘이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거. 그 동안은 힘들어서 억지로 참고 이겨냈다면 지금은 좀 다른 그런거. 그리고 이번엔 이 마음이 금방 사그라들지 않고 예전처럼 좀 오래갈 것 같은 직감.







책의 마지막 파트의 첫번 째 소제목은 '알고보니 백조였던 미운오리새끼'. 이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르는 사무장님이 한 분 계셨다. 내 첫 팀 1S 사무장님이시자 내가 지금까지 본 우리회사 사람들 중에서 진심으로 긍정적이고 밝고 유쾌하신 그런 분. 전에도 포스팅 했는데 첫 팀 부팀장님께서는 내가 닮고싶은 그런 롤모델이셨다면, 1S 사무장님은 내가 감히 저런 부분을 쫓아갈 수 있을까? 나는 안 될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했던 분. 우연히 보름 전인가 회사에서 마주쳤는데 여전히 그 특유의 밝은 얼굴과 호탕한 목소리로 날 반겨주셨다. 옆에 계시던 다른 사무장님께 나를 칭찬하며 소개도 해 주셨는데, 각자 서로 브리핑룸으로 돌아가기 전에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너는 백조야 알고있지? 너는 오리가 아니라 백조야 백조. 물 속에서 발을 막~ 이래이래하는 백조야.' 왜 이런 말씀을 갑자기 하셨을까. 거의 1년만에 뵌건데. 그 땐 그냥 넘겼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사무장님도 이 책을 읽으셨나 싶고... 내가 너무 지쳐보였나 싶고... 암튼 그 사무장님이 생각났고 감사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도 한 사람이 생각났다. 재수한 한 학번 위의 선배였는데 같이 있으면 정서적으로 편안해지고 정신적으로 의지가 되는 선배였다. 그리고 그 누가 봐도 선배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진짜 선배님.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면, 나를 잘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느끼는 그런 기분 인가보다. 확실히 그 시절에 더 밝았고 뭘 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의지한다는걸 부담스러워 할까봐 티내고 싶지 않아서 말은 안 했지만, 위태위태 할 때 고민 상담하면 방향성도 선배가 많이 잡아줬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연락을 안 하는 사이지만 신기하게도 책의 마지막장을 덮는데 딱 생각이 나서 기분이 묘했다. 아직 친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꼭 주고싶은데 아쉽다. 그 마음을 이렇게 블로그에라도 써서 남겨봐야지. 아, 아니다. 그 마음도 포기해야지. 알아주길 바라는 그 기대도 포기해야겠다. 책에서 방금 읽었는데도 잘 안되네. 암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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