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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뿌린 대로 거둔다

단미채미 2017. 6. 9. 09:07





혹은 주는 만큼 받는다. 내가 생각해 봐도 나는 주고 받는 것, 나눠주고 얻는 것이 동등하다는 것을 좋아하는 듯 하다. 바꾸고 싶지만 잘 안 바뀌는 나의 성격 중 하나인데... 내가 주는 것에 비해 상대에게 받지 못 할 때는 조용히 체념해 버리고, 내가 그만큼 줄 수 없는데 상대가 넘치게 주는 경우에는 단호하게 단념해 버린다. 너무 미안하니까. 물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있으니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일도 있는데, 내 스스로 처한 환경에 힘듦을 느끼면... 아예 아무 생각 자체를 안 해버리고 숨는 편이다. 나중에 후회하긴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버리고, 나중에는 역시 내 결정이니까 내 몫이니까 라며 책임지는 경향이 있다. 이게 지니가 말하는 쓸데없는 부분에서 미련하게 구는 내 모습. 다 내 탓이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내 몫으로 두는 그런 모습.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냐면, 델리 가는 엑스트라 비행에서 책을 읽다가 그 소설에 나오는 고슴도치가 나랑 닮아서 비슷해서. 불 다 꺼지고 승객들도 자는 이 시간엔 특히나 감성이 충만해져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니까.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떠오르고. 과연 그게 내가 뱉은 말인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의아해서 몇 번을 곱씹어 과거를 돌아보게 되니까.




항상 그렇게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정신 못 차리다가 정신줄 잡고 결론 짓는건, 그래 사는 건 각자 다 나름의 방식이 있으니까. 그게 운명이었으니까. 이렇게 되는 듯 하다. 왜 가끔은 말로 설명하기 복잡한 이야기들을 그냥 그게 이래저래 해서 이래저래 한 마음이구 이런저런 결론을 내렸어 이런 식으로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버리게 되는 것 처럼.







이렇게 잠깐 글을 써두고 임시 저장을 해 놓고 며칠이 지났는데 그 동안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힘든 일은 한번에 온다더니... 나에게는 그 시간이 지금인 것 같아서 더 힘들고 지치고 할 것도 없이 체념해 버리게 됐는데... 암튼 그래서 그런가 충격적인 얘기들을 들어도 마음에 그닥 변화가 없다. 예전 같으면 그 상대에게 똑같이 대해주고 이해시키는 등 내가 무슨 행동을 계속 했을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러려니..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올바른 자리로 찾아가려니... 하며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려 다시 바로 잡는 일들이 지금의 내 상황에서는 지치기도 하고. 그럴 가치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나 아닌 누군가가 대신 먼저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싶은 마음이 크고.






요즘은 마음이라는 웅덩이에 돌을 자꾸 던져도 출렁이지도 않는 느낌. 무기력한 느낌도 들기에 이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는데... 우선은 감정적으로 동요하는게 줄어서 지금 당장은 편하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 내가 이렇게 힘드니까 이 시간이 지나면 힘든만큼 좋아지겠지 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 땐 다 이유가 있었고 그럴만한 상황이었고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잊어버리자고.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 후회가 되는 부분도 있는데 자꾸 과거를 돌아보면 마음이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되는 것 같아서 애써 꾹 닫아놓고 도망가는 중인지도. 용기가 없어진 것 일지도. 흠. 암튼 그래서 이렇게 블로그에 주절주절 감정을 털어놓고 우울함을 끄적이는 것도 그만 하려고 한다. 이렇게 한다고 변하는게 없으니까.





아 델리 인바 때 이런저런 생각하면서 추가로 이 글을 써야지 했는데 지금 퇴근길이라 너무 피곤해서 기억이 안 난다. 마지막에 꼭 쓰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아무튼 음 앞으로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휘휘 섞어서 글을 쓰는 이런 일은 줄여가려고 한다. 너무 뒤섞인 이야기 들이라 나조차도 정리가 안 되니까. 보는 사람들은 어떻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