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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단미채미 2016. 11. 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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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다. 내가 타는 비행기에 엄마를 모시고 간. 그게 밴쿠버라는게 아쉬웠지만 (유럽이나 스테이 긴 동남아면 엄청 좋아하셨을텐데...) 그래도 나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왔다.





엄마가 스키나 보드를 타시지 못하니 휘슬러에 가기도 좀 그렇구, 겨울의 밴쿠버는 레인쿠버라는 애칭 답게 비가 자주 오고 우울한 날씨라서 스탠리 파크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애매하고, 풀데이가 하루 뿐이라 빅토리아 섬에 들어가기도 피곤할 것 같아서...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에 갔다가 스팀클락 보고 마무리 짓는 계획을 짰다.






캐필라노 서스펜션 브릿지는 한 번쯤 가볼만 한 것 같다. 나는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정각, 30분 마다 있는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갔는데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고(약 20-30분 정도?) 편하게 갈 수 있어서 괜찮은 듯! 사진에서 보이는 푸르딩딩한 것들은 모두 다 거기에서 찍은거!



아 승무원 id 등록증을 가져가면 입장료가 공짜! 일반인 기준으로 한 40불 정도 했던 것 같은데... 무료로 들어가니까 서스펜션 브릿지에 대한 기억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똑같이 저 셔틀을 타고 시내에 와서 엄마랑 밥 먹고(한식당 수라! 깔끔하니 정식도 저렴해서 맛있게 먹음... 사실 엄마만 아니면 다른거 먹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 엄마 미워) 이것저것 둘러보고 스팀 클락을 보러!






참 캐나다에 왔으니 캐나다구스나 무스너클을 사 가야지! 생각하고 백화점을 돌아다녔는데.... 음... 생각보다 무거웠고 너무 남성적인 느낌이 들어서 안 삼.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단독 매장이 있는게 아니라(내가 못 찾았을 수도..) 종류도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여기선 진짜 살게 없음..... 캐달 환전한거 150불 남아서 처치곤란. 휴.







스팀 클락은 15분마다 노래가 나오면서 증기가 같이 나오는데... 생각보다 작고 노래도 짧고 그래서... 너무 큰 기대는 안 하고 가는게 좋을 것 같음. 밤에 보면 살짝 예쁨.





이렇게 별거 안 했는데도 엄마가 많이 피곤해 하셔서 스벅에서 커피 시켜서 잠깐 눈 붙이고 다시 호텔로 돌아옴. 길지만 짧은, 그렇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아닌 여행이었다.









엄마는 사진을 잘 못찍고... 나는 엄마 인생사진을 마구마구 찍어드렸다. 하... 그래도 마지막에 내 사진을 한장 건졌는데 저 때의 분위기가 포근포근 너무 좋아서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편백나무 향이 엄청 많이 나는 숲에 비가 토닥이며 오고 있었고, 엄마랑 나는 우산 하나 나눠쓰면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자로써의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엄마도 나처럼 엄마가 있고, 엄마도 여자이고, 엄마도 나처럼 할머니의 딸이라는 사실을 더 일찍 알았으면 내 사춘기 때 덜 싸웠을텐데. 엄마 속 덜 썩혔을텐데... 뭐 이런 생각도 들고... 엄청 많은 생각이 들었다. 팀 언니들은 엄마가 나이에 비해 동안이시라며 우아하시다며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해 줬는데, 이번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내 눈에 비친 엄마는 작년에 둘이 후쿠오카 갔을 때 보다 더 나이드신 것 같다. 울컥했다. 그리고 이젠 핑계대지 말고 좋은 곳 모시고 다니고 더 맛있는거 같이 먹고 다녀야지 다짐했다.







사실 여행 내내 엄마가 피곤하고 힘들다고 나한테 찡찡댔지만 인천 도착하자마자 아빠한테 엄청 좋았다고 즐거웠다고 자랑하신 거 다 알고있다. 이모들이랑 엄마 친구분들께 내가 찍어드린 사진 몇 장 보내서 딸 덕분에 비행기 탔다는 말 듣고 신나하신 것도 다 알고 있고...










다음 달 파리 엄마 제드 티켓 끊어놨는데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 내가 보고 좋아했던 것들을 엄마랑 같이 보고 느끼고 싶다. 내 엄마랑 같이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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